철수는 소아마비로 눕거나 앉아있을 따름이다. 두 다리가 가늘게 꼬인 채 성장이 멈춘 것이다. 철수의 어머니는 43살에 철수를 낳았는데, 임신 중에 이미 태아의 이상을 알고 있었다. 의사가 임신중절의 의사를 타진했던 것이다.
하지만 철수의 어머니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의사의 제의를 거부했다. 하느님이 맡긴 자녀를 인간이 어찌할 수 없다는 지론이었다. 그리고 꿈도 꾸었다. 꼬리도 다리도 없는 타조 알 같은 하얀 토끼를 푸른 숲속에서 안고 온 것이다. 그리고 철수를 낳았고 운명처럼 철수를 키우기 시작했다. 분도 위로는 누나 둘, 형 둘이 있었다. 철수는 아무것도 모르고 굳이 걸음마를 익힐 필요도 없이 해맑게 살았다. 그리고 철수의 나이 11살 때 철수의 어머니는 철수와 함께 하늘 나라로 갔다. 동반자살이었다.
가난 속에서 장애아를 키우는 고통을 신앙의 힘으로도 극복하지 못하고 사람이 짓는 죄 중에 가장 크다는 자살을 스스로 선택하고 철수와 함께 떠난 것이다.
